멀티매거진 for your fashion fetish…
–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
전작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통해 변신의 여왕임을 증명했던 ‘앤 헤서웨이’가 또 다시 쫘좐~ 하고 변신하는 이야기를 선택한 순간,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을지 몰라요. 스트레스 팍팍 주는 사장 밑에서도 최고의 패셔니스트가 되어 주는 신데렐라 이야기겠지.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극장주에게 달려가 내 7천원을 돌려달라며 멱살이라도 잡았을 지 모를 일이죠.
사실 이 영화는 일에 찌든 중년의 가장이 아내와 함께 보기 가장 좋은 영화라 생각해요. 일에(혹은 편집장 미랜다에게) 쫓겨 살아가는 안드레아를 보면서 ‘내가 하루하루 저렇게 벌어먹고 산다.’ 라고 아내에게 말해보시라. 저녁 밥상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주인공 안드레아는 패션에 목숨 거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소위 ‘지식인’입니다. 그런 그녀가 같은 패션지의 편집장 비서로 올려지는 건 더욱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그녀는 미래를 위해 그 일을 선택합니다. 그녀가 예상하지 못 했던 건 편집장 미랜다의 ‘일을 시키는 정도’였죠.
패션 잡지계의 여신, 미랜다. 사실 그녀의 말은 멀리 있는 신보다 훨씬 위대합니다. 이 은발의 악마 말이라면 100% 이행해야 한다는 잔인한 현실이 안드레아를 괴롭히죠.

그런데 잠깐. 미랜다를 단순히 ‘악마’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군요. 영화를 본 당신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녀는 정말 악마라 불릴 만큼 매력적으로 악랄합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외로운 고민을 가진 사람일 뿐이에요. 편집장 자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무리한 시도들로 인해 더더욱 외롭고 미워지는 ‘사람’인 거죠. 영화는 그런 미랜다의 가치관은 무조건 옳지 않은 일이라는 듯, 안드레아를 회사에서 박차고 나오게끔 만듭니다. 패션에 목숨 거는 일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랜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선택을 내린 거죠.
그러나 미랜다의 삶의 방식은 정말 옳지 않은 걸까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그녀가 살아남는 방법이 비열한 건 사실입니다. ‘That's all.' 매번 날려주는 그 말은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우아한데 말이죠.
중요한 건 그런 그녀도 자기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떠안고 살아간다는 겁니다. 자기 몫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이에게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패션에 미치는 게 뭐가 어때서! 일에 미치는 게 뭐가 나쁘다고!
만약 안드레아가 그 일을 정말 사랑했다면, 미랜다처럼 살면서도 비열한 방식은 쓰지 않는 법을 터득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달랐죠. 그녀에게는 처음부터 편견이 있었고, 마지막까지 그것을 뛰어넘지 못 합니다. 그녀가 가장 비난 받아야 할 부분이죠.
문득 묻고 싶네요. 당신에게 당신의 구두는 어떤 의미인가요? 매일 매일 어떤 구두를 신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 일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나요?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 예요. 그저 즐기는 거죠. 구두가 인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좀 끔찍할 테니까요. 오늘 신은 핑크 빛 에나멜 슈즈가 내 하루를 반짝이게 해 줄 거라는 희망은 닭살 돋잖아요. 당신도 나도 알고 있어요. 패션은 즐기는 거고, 때문에 노력하게 되는 것이란 걸. 나이젤의 대사는 그 사실을 극명하게 알려주죠. “그럼 이 수십 조의 산업은 뭘 위해 있는 걸까?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즐길 거리를 내 주는 것. 그래서 그 수십 조의 산업이 위대한 것이겠죠. 거기서 내면의 아름다움은 잠시 잊어도 좋아요. 정말 가꾸기 어려운 게 무언지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애써 안드레아의 방식에 고개를 끄덕일 필요는 없습니다. 미랜다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고, 그렇게 살아 봤음 좋겠다고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오늘 하루도 미랜다처럼 멋지게 살아보기 위해 근사한 구두를 골라내는 당신도 나쁘지 않다는 말이죠.
마지막으로, 너무나 사랑하는 배우 메릴 스트랩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나에게 이 한 마디를 외치게 만들죠. “포스가 함께 하기를!” That's all~!